주님,
이 시간이
우선은 저에게
참회의 시간이 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남모르게,
제 자신조차 알게 모르게 행해온
지나간 날의 죄들을 낱낱이 떠올리며  
진정으로 눈물 흘릴 수 있게 하소서.
아직 뉘우치고 싶지 않은
설익고 죄스런 씨알이 남아있다면
부디 영글지 말게 하소서.
빛보다 어둠을 데리고 다닌 몸이라면
당신 사랑의 빛으로 닦아주소서.

미처 추스르지 못한 몰골로
병원을 갔을 때
유독 나에게만 친절하지 않은 듯한 간호사의
차가운 눈빛 하나에도 상처를 입고
두고두고 서운했던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기어이 다음에 갔을 때는
얼굴을 쳐들고 분통을 터뜨리고 만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 예민해 있다고 당황하며 사과하는 그녀에게
쌀쌀맞음을 되돌려 주고 돌아오면서
나의 작음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래오래 수없이 쌓인다면
어디에나 함부로 불을 지르고픈 충동도 덜컥 생기게 될까요.

주님!
저 다시 돌아가
화해의 웃음으로
사위를 환히 돌려놓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프고 뒤틀린
맨 가슴을 치며
웃음 잃고 사는 불행한 이웃이 있음을
미처 돌아보지 못했음을
이제라도 깨닫게 하소서.
한을 풀어 줄 한 마디 말과 다정한 미소에
등돌리고 인색했음에 미안해하며
그들의 차디찬 거처를
발로 찾아보게 하소서.

-고통스럽게 희생되신, 죄없는 맑은 영혼들의 명복을 삼가 비오며, 어줍잖은 글 올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