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집 마당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있어요.
감나무도 있고 어린 대추나무도 있고 매화나무랑 라일락도 있지요.
나무들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고욤나무랍니다.
고욤나무는 감나무의 원래종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군요.
그 고욤나무는 누가 심은 것이 아니고 바로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씨가
저절로 싹이 터서 자란 나무랍니다.
언제부터 자라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한4- 5년 정도로 짐작해본답니다.
나이가 몇살 되지 않았으니 그리 큰 나무로 자란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제법 그늘을 만들 만큼 가지가 무성하고 균형잡힌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답니다.
보름쯤 전에 저의 남편이 그 고욤나무 밑에 평상을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평상에 누워보니 우거진 고욤 잎새들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먼 나라로 가는 비행기가 보였습니다.
머리 위에서 참새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도 보였습니다.
평상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한동안 저를 괴롭히던 어려운 문제가 별 게 아닌 것처럼 스르르 구름덩이 처럼 흘러가고 있더군요.
당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에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마음 속에 고욤나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가득해지고 있었습니다.
한 알의 감씨가 흙에 떨어져 아무도 몰래 싹이 트고
관심있게 보아주는 이도 없는데 홀로 묵묵히 자라서
어느덧 어른 키의 두배가 넘는 키로 자라나고
쉴 그늘까지 넉넉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부니 잎새들이 흔들렸습니다.
시든 고욤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좀더 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가지들이 휘청거리다가 제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마 큰 비가 오고 태풍이 불 때는 나무가 더 심하게 흔들리겠지요.
그러나 벌써 4-5년을 버텨온 나무입니다.
마당 한구석에서 묵묵히 자라나던 아기 고욤나무!
이제는 말 없는 제 스승이 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그래서 온몸이 날아갈 듯 휘청거려도
뿌리만은 뽑히지 않게 잘 견뎌내야 한다고
고욤나무가 말 없이 저를 가르칩니다.
평상에 누우셔서 고요히 하늘과 구름 친구들을 바라보실 형옥님을 상상해본답니다. ^^
어쩔 때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면 하루종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음 참 좋겠다 싶어요.
저 하늘은 나와 다르지 않아요. 저 구름도 나와 다르지 않고요. 나무도 풀도 나와 다르지 않아요.
저도 마리에게 감사해봅니다. 그제는 좀 시들해져서 속상했어요.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았고요. 허브는 실외에서 키워야 한다던데 우리 마리는 옆에 끼고 있어야 기운을 차리곤 하네요. ^^ 자주 살펴주는 것이 제일 필요한가봐요. 분갈이도 한 번 해주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