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하세요♡ - 대지의 천사 -
며칠 전 저는 제가 맡은 업무 일로 어느 외부인께 전화를 걸 일이 있었어요.
처음에 그 분이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그대로 끊고 있었는데, 발신번호를 보신 그 분이 늦은 시각에 전화를 주시더군요.
저는 반가움에 "아, 제가 전화를 드렸었어요!" 하고는 소속을 밝히고 곧 이어서,
" 제가 시간도 없고 민간인으로 경찰서에 가기가 좀 뭣해서 그러는데, 직접 좀 가져다 주시면 안되나요?"
하고 여쭈었어요.
그랬는데, 안되나요? 한 제 말이 거슬리셨는지 저쪽에서 뜻하지 않게,
"민간인이라뇨? 선생님은 교사예요"하고 반박하셨어요.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히다는 듯이,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봉사를 하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그런 말씀 들으니 맥이 빠지네요. 어떤 분인지 정말 한번 뵙고 싶네요."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가 멍해졌지요. 단 두 마디 말끝에 되돌아오는 말씀치고는 심하다 싶었습니다. 유감스러워서 만나고 싶다는 것은 두려운 일 아니겠어요.
"아니, 지난번에 가져다 주겠다는 의향을 비치셨기에 드린 말씀인데요."
"그때는 그랬지만 안 갖다 주는 거와 못 갖다 주는 것은 전혀 다르지요. 말이란 게 어' 다르고 '아' 다른 건데, 선생님은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분명 실수하신 거예요. 아, 정말이지 울고 싶어지네요..."
무언가 이미 언짢은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으면서도 저 역시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럼 갖다 주지 마세요! 예, 갖다 주지 마시라구요. 제가 가지요."
"지금은 운전 중이라 이만 끊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는 끝났어요.
그 분에 대한 기대와 친근감이 무참히 깨졌다는 생각이 들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어요. 그분이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것 같은데 제 가슴도 쓰리고 얼얼했으니까요...
자연음악 게시판 목록 47번 작은 나무님의 글에 대해 아랑님께서 답변을 달아주신 48번 글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사랑 뿐 약은 없습니다."라는 글이지요.
홀로 촛불 하나를 켜 두고서 그 불빛을 응시하면서 상처준(받은)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 말씀대로 따라해 보았어요. 눈을 감은 채.
'음.. 정말 미안합니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
그 분이 사실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분일 거라는 상상이 되더군요.
이튿날, 저는 화원에 가서 작고 (까아만) 예쁜 화분을 하나 샀어요. 하얀 받침과 함께 정성껏 들고 돌아와 그 분을 생각하며 바라보고....물을 주었지요. 이것 역시 아랑님께서 제안해 주신 방법이지요. :)
주말과 일요일을 보내고....월요일이 되자 전화를 했어요. 이미 평온해진 가슴으로.
그 분이 전화를 받으셨어요.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저는 시간을 약속하고 그 분이 근무하시는 곳으로 갔지요.. 경찰서 안 어느 작은 사무실이었는데, 아무런 두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었어요.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시원시원하고도 다감하며, 여성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자신의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한 분 같았어요. 그렇지만 누구라도 괜히 예민하고 마음 약해져 있을 때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날 그 분은 저랑 통화하기 전에 길에서 사고가 날 뻔 하셨대요. 일진이 나쁘다거나(?) 바이오 리듬이 하강하고 있는 날이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 아니겠느냐 하며 그날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시더군요. 저도 기꺼이 사과했구요. 그 분과 제가 동갑내기인 것도 알아냈답니다. 놀랍고 반가워라.
마다하는 저를 만류하고 이런저런 필요한 물품을 기대한 수량 이상으로 챙겨 주셔서 내년까지 써도 될 것 같군요.
가지고 간 화분을 드리자 너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책상 위에 소중히 자리를 잡아 주셨지요.
지금은 아주 작은 식물이지만, 그 분의 보살핌으로 어느 틈엔가 무성히 자라있을 도톰하고 푸르른 잎새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상 괜찮겠지요?
해피엔딩이 되어서 기쁜 탓인지 길어진 글이 되었네요! ^^
좀은 딱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모두들 편한 밤 되세요.
들길님처럼 부드러운 글 끝까지 재미나게 읽었어요.
저는 들길님과 같진 않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것 까지는 되었는데 그 사람이 제 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 사람을 향해 사랑한다는 말은 도저히 할수 없었어요. 안 되었어요.
눈꼽 만큼도 사랑하지 않는데, 그 말을 하려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것 같았어요.
결국,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 그 일을 기억속에서 지우는걸로 마무리 했답니다.
아랑님이 열심히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 아마 이 글을 읽으시면 저를 째려 보실것같아요.
아랑님... 자수하니 용서해주세요!
이제부터라도 들길님처럼 자연음악 회원다운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해 볼께요~~~^^
근데 그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더라구요.
들길님, 해피엔딩을 하실수 있었으니 상상이 이루어지겠지요...?
님의 일이, 저의 그때 일을 기억하게 하고 마음이 아려오네요.
지금도 그리하지 못할 일이어서.... 자신의 한계를 봅니다.
성숙한 사랑은 이토록 힘이 드는군요...저는 아직 많이 많이 작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