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마당에 어린 매화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올해에는 작년에 비해 꽃이 여러 송이 피었더군요.
몇 송이 안되지만 제법 은은한 향내가 감돌고 어느새 벌도 날아와 꽃송이들을 훑고 다니더군요.
어린 매화나무 앞에서 왠지 저는 좀 부끄러웠어요.
다들 제 철이 되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하는데
저는 이 나이 먹도록 뭘했나 하는 자책감이 들더군요.
그리고는 저의 내부에서  슬며서 예전에 집착하던
어떤 일에 대한 욕망이 다시 꿈틀거렸어요.
슬퍼졌어요.
나는 언제 인생의 꽃을 피우나 ?
뭐 이런 생각 때문인데 그것도 다 허영심 때문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젊었던 시절의 그  소망이 꿈틀거리기만 하면
마음 저 속에서부터 아련한 슬픔이 일렁일렁 푸른 기포를 뿜어내곤 하지요.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내 인생의 꽃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까?
하늘만 바라보지요.

모든 집착을 다 버려야겠다고
애쓰고 있지만
한 가지 집착은 떨어져나가기를 영 거부하고 있네요.
이 집착마저 다 버리고 저의 삶과 죽음까지도 하늘에 맡겨야
진정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인가요?
어린 매화꽃을 보면서
슬퍼지는 제 모습이 우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