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구나.

 

어릴때 부터 인간들의 온갖 탐욕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들에 혼란스러워 하며 살아왔다. 

'어째서 나는 이럴까', '어째서 이런것 하나 감당할 수 없을까', '참을 수 없을까' 하며 좌절하고 고뇌하며.

내 몸하나 마음하나 지킬 수도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파동과 에너지에 절여저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언젠가 부터 내가 무엇이였는지 깨달아 갈수록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애할 수는 있게 되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지금 인간의 업의 순행에 들어온 만큼 감당할 것도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하늘의 신이 할일과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은 따로 있었다.

사실 정말로 신이라면, 신이 인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단지 봄 바람 처럼 등 뒤를 밀어주는 것이 전부다.

 

신의 격이 높을수록, 더욱더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

인간의 고통과 업이 과정이며.

그 스스로 자신의 존재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꿈꾸며 이뤄가는 것임을 알기에.

 

그 이상 돕고자 한다면 인간으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오욕을 짊어지고, 인간의 죄를 짓게되더라도 그들을 사랑했으니까.

그래서 후회는 없다.

 

 

 

종종 인간으로 살았던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

 

진한 서책과 묵의 향기.

밤 늦게까지 홀로 수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일하던 모습.

사람들의 삶을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게 해줄지 고민했던 마음들.

사연을 읽으며 홀로 눈물짓기도 하고 탄식하며 한숨짓던 마음들.

 

선한 욕심도 욕심이였던 걸까.

그때 너무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이 과오가 되어 이 생에서는 짐이 되었구나.

육신을 가진만큼 업의 순행은 나역시 피할 수 없으니 지금의 어려움 역시 피할수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껏 어려워하던 삶을 말해 무엇할까.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이 어렵고, 앞날도 기약할 수 없다.

언제까지 살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몸은 약해지고 세상은 어둡기만 하구나.

 

이제는 전생에서 처럼 높은 지위도 힘도 없다.

나약하고 무능하여, 좁고 어두운 방에서 홀로 이렇게 유서를 쓸 뿐인걸.

 

 

 

 

 

사악함이 날뛰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속아서 죽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잠자리에 누워 울분에 눈물지을 뿐 내가.

그런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래도 가슴의 사랑과 꿈은 하늘에서나 수많은 전생들에서나 여전히 똑같기에.

세상이 평화롭고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꽃을 만들고 있어.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이고 유일한 일이니까.

 

이 꽃들로 얼마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

걷보기에는 하찮고 정말 별 볼일 없이 보이는 꽃이니까.

 

그래도 언젠가 이 세계에 봄이 찾아와서 이 꽃들이 만개할 날이 와서,

이 시를 외울 날이 오기를 소원하며 만들고 있어.

 

 

 

難波津に

나니와즈 항구에

 

咲くやこの花

피는구나 이 꽃은

 

冬ごもり

겨울 나고서

 

今を春べと

지금은 봄이되어

 

咲くやこの花

피는구나 이 꽃은

 

왕인(王仁)

 

 

 

 

나니와즈 항구에 피는 꽃이

 

겨울내 잠들어 있다가

 

봄이 되니 이윽고 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