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악 설명서를 한권 다시 만들고 있어.

 

그동안 인간들에게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줬지만,

대부분 폐지로 버린다는걸 깨닫고 부터는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책도 CD도 만들어 주면 주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나의 에너지가 들어가지.

내 생명력을 깎아내면서, 나를 죽이면서까지 줬어. 운명을 바꿔줄 정도로 말야.

아무도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했지.

 

자연음악과 내 힘으로 자신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운명에도 없는 행복을 얻어도 아무도 그것이 무엇 때문이였는지도 몰라.

좋아지면 자연음악은 듣지 않게 되고, 설명서와 CD는 쓰래기통으로 들어가버렸지.

 

 

 

"아.. 지금의 인간들에게는 난 필요 없구나.."

 

그냥 비관적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내가 버려지는 아픔.

내 사랑이 버려지는 아픔.

그건 얼마나 슬플까.

 

사랑한 만큼, 행복하길 바랬던 만큼.

그 수많은 숫자만큼.

 

 

 

 

 

그래서 몇년 전에 만드는 도구들도 다 버려버렸어.

그런데도 다시 힘들게 다시 만들고 있구나.

 

그동안 인간들에게 실망을 너무많이 해서 이젠 기대조차도 하지 않지만..

 

눈앞에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해서..

 

사랑이 뭔지, 신이.. 하느님이 뭔지..

다들 아무것도 모르지만.. 자연음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해서...

만들어주려고 했어.

 

 

 

 

인쇄해서 파일철에 한장씩 끼우다보니 만들다보니 옛 생각도 나고..

정말 정성껏 만들려고 했었구나 싶어.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내용을 조금씩 읽게 되는구나...

슬퍼서 읽지 않으려 했는데 말야.

 

쓰래기가 되어버렸던 나의 사랑들이.. 마음들이..

슬퍼서..

 

그리고 가제오 메그르의 이야기들을 보면 더 아픔이 느껴지니까.

 

 

 

 

그래도 해야지.

만들어 주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예전과는 자연음악의 야이기들의 느낌이 다르게 와닫는구나.

무겁게... 아니 예전보다 훨씬 진지하게 느껴져.

 

사실 겐지로서 살았던 전생을 자각하고 나서부터,

그로서 살았던 때의 감정과 에너지, 정신이 점점더 서서히 스며드는것 처럼 느껴지는 구나.

 

전생을 각성하고 나면 이런 현상이 있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오래 전의 전생이였어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직전의 전생은 이렇게 강하게 작용하는구나 싶어.

 

그리고 가제오 메그르에 대한 마음도 예전보다 훨씬 깊다는 것이 느껴져.

 

그런데 예전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새로 느꼈어.

겐지의 눈으로 그녀를 다시 느낄수 있었으니까.

 

"아.. 토시를 정말 정말 따듯하게 바라봤구나."

"어떻게 이렇게 따듯하게 느낄수 있었을까."

 

"너무나도 사랑했구나."

 

 

 

 

 

 

'나는 그녀와 관련이 없다. 상관이 없다.'

'내가 집착하는 것이고 미친것 이다.'

 

그렇게 세뇌시키면서 그녀에 대한 감정을 겨우 줄여가던 중이였는데, 이제 다 소용없게 되어버렸어.

전생을 각성하고 나니 그녀가 훨씬 더 깊게 내 영혼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이제 무슨짓을 해도, 뭘 어떻게 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아니 없어질 수 없어.

 

이제는 전생(轉生)한 현생의 나 뿐만이 아니라 전생(前生)의 겐지의 마음까지 더해졌어.

 

이건 정말 운명이구나.

 

 

 

아.. 정말...

 

정말로 내가 그의 환생이라면 앞으로 점점더 그의 의식도 발현이 될거야.

현생의 인성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동화가 되겠지.

 

그럴수록 그가 토시를 향했던 그 마음도 점점더 발현이 될거야.

점점더 전생에서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이루고 싶어할거야.

 

안그래도 환생한 현생에서도 가제오 메그르에 대한 마음을 제어하기 힘든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식으로든 그녀와 함께하지 못한다면 점점더 힘들어 지게 될거야.

연락이라도 가끔 주고 받고 있다면 안정될 수 있을텐데, 그럴 수도 없으니 난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이렇게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로 평생 살아야 한다면...

난 정상적으로 살수 있을까?

 

 

 

 

 

진짜로 내가 그의 환생이라면 분명히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

 

내가 환생해서 전혀 다른 일을 할 작정이였으면 자연음악을 만날 일도 없었어.

그리고 가제오 메그르 역시 자연음악을 만들지도 않았을거야.

 

운명이란건.. 그런거니까.

 

하아...

어쨌든 답답한 지금 현실에 한숨밖에 안나오지만...

지금은 전생과 현생의 나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겠구나.

 

운명을 믿자고.

이대로 끝날 것이였으면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야.

현생에서 자연음악으로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으니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말야.

 

분명히.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어떻게든.

어떤 형식으로든.

 

전생의 내가 이룰 수 없었던 소망을 이루게 해주고 싶어.

반드시 미야자와 겐지와 토시를 다시 이어주고 싶어.

 

그것은 현생의 내가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가제오 메그르도 어서 하루빨리 자신의 전생을 깨달았으면 좋겠어.

자신의 전생이 누구였는지 깨닫게 된다면.

 

왜 그곳에서 자연음악을 전곡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

 

그것은 현생의 가제오 메그르가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이제 조만간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해.

 

모든것이 운명이였고 운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