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설에 부모님 집에 다녀온 휴유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잡귀들은 밀려나서인지 더이상 가위에 눌리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친척들에게서 유입된 낮은 진동수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기지 않아서 오늘도 힘들었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거듭 환생하면서 어느정도 적응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파동에 혼란스럽고 어려운 것은 변함이 없다.
이전 생들처럼 지위가 높은것도 아니어서 피할 수도, 내 마음대로 물리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패면 그냥 맞아야 한다.
솔직히 힘들다.
그리고 꽃 만드는 일에 또 문제가 생겨서 중지한 상태다.
재료를 잘못 구매해서 새로 구매해야만 했다.
없는 처지에 빚까지 져가면서 하고 있는데도 거듭 실패해서 버린 돈이 얼마인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끼 밥값 정도겠지만 나에게는 큰 돈인데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호사다마라고 해야할까.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천계에서도 잘 되도록 봐주려고 하는것 같지만 실상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인간들의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이기에 쉬울수는 없겠지.
죽을 운명의 인간들을 건져올리기 위해 하는 일이니까.
비록 죽을 운명일지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선량한 인간들이 악한 자들과 함께 휩쓸려 죽는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앞으로 오는 세계를 아름답게 꽃피우도록, 선량한 사랑스러운 인간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 내 소망을 하늘은 알까.
인간으로 태어난 만큼 이 육신의 업의 순행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늘 고초를 겪지만, 지금처럼 인간이기에 할수 있는 일이 있으니 괜찮다.
하늘의 신이 할수 있는 일과 땅의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은 다르다.
태양의 빛과 흙의 역할이 다른것과 같다.
물론 신이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을 할수는 있지만, 닭 잡는데 소잡는 칼을 쓸수는 없다.
잡을 소도 너무 많고 일할 신도 부족한 마당에.
천계에 올라가보니 노는 신들은 마냥 놀기 바빠 보였지만, 일하는 신들은 여유가 없어 보였다.
뭐 노는 신들이 노는 것도 일이니까 상관은 없지만 적제적소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손이 부족한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땅의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것이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기로 했던 이유중 하나였다.
어쨌든 내일 도착하는 재료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낼수 있을까.
하루빨리 다시 원활하게 만들기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