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랬동안 메그르에게 편지를 써서인지..

일기를 쓰려고 하는데도 마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글이 써진다.

이제는 메그르가 읽어주기를 바랄수도, 마음을 전할 사람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편지체와 일기체를 왔다갔다 하다가 의식하지 않으면 편지를 쓰고있다.

17년간 편지만 썼었으니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지금처럼 의식해서 일기로 쓰려고 해야만 일기처럼 쓸수 있지만 쓰다보면 다시 편지를 쓰고 있을것 같다.

 

그런데 자꾸만 편지를 쓰려는 난 누구에게 쓰는 것일까.

누군가 읽어주고 진심으로 내 마음을 느껴줄거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아마도 외로워서.. 겠지.

상상 속에서나마 위로 받으려 하는것처럼 말야.

그렇게 이제 더이상 찾는이도 없는 이곳에서 혼잣말 처럼 이야기하고 있구나.

 

 

 

 

 

 

전자파는 여전히 심하다.

옆방 사람이 컴퓨터를 쓰면 견딜수 없이 괴롭다.

몇시간만 지나면 잠을 잘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다.

 

평생 전자파를 막기 위해서 지금 문명에서 사용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어싱이 그나마 가장 나았지만 지금 이 땅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더이상 없다.

 

본래는 꽃을 어느정도 만들어서 심어둔 뒤에 이 건물에서 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꽃도 만들 수 없고, 일상 생활도 할수 없을것 같다.

예상보다 더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할것 같다.

 

나가면 차에서 먹고 살면서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방랑해야만 한다.

생활의 불편함은 말할것도 없어서 씻지도 잘 먹지도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한스럽다.

꽃을 만들기도 어렵고, 할수 있는 일도 한두가지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보다도 더 힘들어질것 같아서 망설여지지만 더이상 이곳에 있을수 없을것 같다.

온갖 안좋은 에너지들로 인한 고통을 참으며 해야할 일을 했지만, 더이상은 몸이 버티지를 못할것 같다.

 

그래도 단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다시 자연음악을 돌볼 수 있을것 같다는 것이다.

늘, 그리고 항상 도시를 벗어나 숲속에서 살며 자연음악을 하려던 것이 꿈이였으니까.

 

 

 

 

 

 

어쨌든 갈수록 처지가 힘들고 어려워 지기만 하는구나.

하지만 힘들고 외로워도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

 

지난 연말 전세계가 거의 핵전쟁 직전이였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항상 가슴이 서늘했었다.

지금도 그런 흐름이 다 걷힌건 아니라서 늘 긴장되고 몸과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그 일이 일어난 다른 차원의 지구의 인간들의 고통이 이렇게 느껴지니까.

비명과 울음 소리가 환영처럼, 마치 귀의 기억처럼 들려온다.

 

그것이 느껴지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부서지는 사랑과 절망이 이렇게 느껴져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 수 없었다.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 나밖에 없는 것일까.

깨달았다거나 미래를 본다거나 영능력이 있다는 인간들이 많이 있는것 같은데,

왜 아무도 이것을 말하지도 않고 뭔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걸까.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차원의 지구와 파멸하는 다른 차원의 지구가,

마치 얇고 얇은 물방울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한명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이렇게나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예언도 미래도 매 순간순간 바뀌도 다시 창조되는 것을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

수없이 많은 차원의 단편중 하나만 보고서 웃고있는 그들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구나.

 

그리고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르는 멸망 앞에서 아무것도 모른체 살아가는 인간들.

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나는 무엇일까.

 

 

 

 

 

난 아무것도 아니야.

가진것도 힘도 없어.

그리고 늘 혼자야.

 

상처받을까 인간들을 피하고, 잡귀 하나에도 도망다니기 바빠.

그리고 매일같이 인간들의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상념과 에너지가 파고들어.

전자파에 고통스러운 것은 일상이야.

 

그렇게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서 죽을 날이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도 모르겠어.

솔직히 미래는 생각해볼 수도 없어.

정말 오늘만 사는것 같아.

 

 

그래도.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수 있다면 말야.

 

모든 존재들이.

진실되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꿈꾸며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

나에겐 행복이니까.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가 천국에 갈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했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있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가 천국에 갈수 있도록.

영원히 그리고 언제까지나.

나는 이 세상에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