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묻혀 있던 시바의 여왕이 3000년 만에 그가 남긴 유물들로 환생하게 될 것인가. 시바의 여왕이 아라비아 사막에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도시 유적이 예멘 북부 루브 알 칼리 사막의 마리브 모래 밑에서 발견됐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영국 캐나다 미국 등의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인간연구재단 발굴팀은 2년 전부터 이 지역 발굴에 착수, 지하탐지 레이더(GPR)를 이용해 지하 9m 지점에 있는 원형의 거대한 신전군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아라비아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이번 발견이 폼페이나 기자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발굴에 비교될 만큼 고고학적인 의미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글랜즈맨 발굴팀장은 “신전벽을 채우고 있는 400여 개의 비문과 거대한 석회석 기둥 도자기 등 수많은 예술품과 유적을 찾아냈으나 묻혀 있는 전체 유적에 비하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굴팀은 6세기 무렵 부근의 제방이 무너져 이 일대가 모래 밑에 묻혀버리기 전까지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고대신전 도시를 찾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바왕국은 수도가 예멘의 북부 마리브에 있었으며 전성기에는 영토가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를 포함, 홍해까지 뻗어 나갔던 것으로 성경에도 기록돼 있다.

시바의 여왕은 기원전 950∼930년경 이스라엘 왕국을 방문, 솔로몬왕의 아이를 임신한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가 메넬릭이란 아들을 낳았다. 그 후 메넬릭은 대(大)에티오피아 왕조를 건설했다. 그들의 극적인 만남과 사랑은 헨델의 작품 및 영화 ‘솔로몬과 시바’로도 후세에 전해진다.

성경에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시바 왕국이 독점해 온 해상무역로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게 군대를 요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마리브의 존재는 영국 공군이 촬영한 항공사진으로만 남아 있었다. 52년 미국 고고학팀이 이 지역 탐사를 처음 시도했으나 사막의 잦은 모래 이동과 거친 원주민들 때문에 접근이 어려웠다. 대영박물관은 발굴된 시바의 왕국 유물들을 내년중 전시할 계획.


<동아일보 2000/10/3>


* 아랑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0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