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다를 보러 가고싶어.
인간들 사이를 떠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종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고싶어.
정말 지쳤어.
이제 더는 인간들 곁에 있고싶지 않구나.
그들을 돕는 것은 이미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더이상은 인간들 사이에서 살고싶지 않아.
평생을 인간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았지.
특히 항상 선량하고 착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 그랬었지.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어.
착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이어서 내 주변에 살도록 해줬었어.
나에게 에너지를 얻고 점점더 건강하고 좋게 바뀌어 가더구나.
그러면서 선량하게 바뀌어 가기를 바랬는데, 도리어 내가 가진 것을 빼앗더구나.
빚밖에 없는 나에게는 내게는 큰 돈이였지만 결국 내어줬어.
아무튼 인간들에게 너무 지쳐버려서, 이제는 더이상 인간들과 싸우고도 싶지 않고,
다투는 것으로도 에너지를 주고 싶지도, 잘못된 것을 고쳐주고 싶지도 교훈을 주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언젠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악한 인간을 만나서 고통받겠지.
그게 사악한 자신의 본래의 운명이니까.
살아오면서 이런 일을 항상 겪어서 정말 조심하고 살피고 살펴서 받아줬었는데도 이렇게 되어버렸어.
정말 착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어.
예전에는 이런 일을 겪으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이 슬프고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그정도로 괴롭지는 않아.
너무 많이 겪어서.
내 마음도 죽어버린 것일까.
다만 인간에 대한 실망과 낙담은 더욱 깊어지겠지.
인간들은 항상 그렇구나.
자신이 지은 죄업과 악행으로 불우하고 빈곤할때는 선량하고 착하게 살지.
그래서 선량하다고 착하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힘을 얻으면 본성이 드러나더구나.
그리고는 그 본성대로 자신만 생각하며 탐욕을 부리고 악행을 하기 시작하지.
본래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야.
그것은 그렇다쳐도 자신에게 힘을 준 존재를, 아니 그 존재의 힘으로 그 존재를 찌르는 것은...
정말 비참하고 참혹하구나.
그렇게 당하는 나도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인간들은 더욱 그렇구나.
지금 인간들은 모두들 그렇게 살아.
식물들과 동물들을 잡아먹고 그 힘으로 식물들과 동물들을 죽이지.
지구의 물질과 에너지를 가지고 지구를 파괴하는 무기를 만들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잡아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
그것이 이 문명의 본모습이야.
내가 극단적일까?
하지만 수백, 수천, 수만번 인간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봐오려고 했던 결과야.
지금도 얼마나 많은 인간들에게 내 생명력을 나눠주고, 꽃의 향기를 전해주고 있을까.
수없이 많은 인간들을 돕고, 에너지를 주고 있기에 알수 있을 수 밖에 없어.
온실속 화초처럼.
아는 사람만 만나고 서로 좋게 대하려는 가식 사이에서 살면 평생 알수 없어.
그 온실에서 나와서 힘도 없고 이용할 가치도, 도움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처지로 살아보면,
빈궁하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자신을 해쳐가면서까지 수없이 많은 인간들을 도우는 처지로 살아보면,
지금 이 세상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지.
하지만 알수 없을꺼야.
인간들은 모두가 그런 처지와 입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신이 우선이며, 남 위에 서게되면 군림하면서 악하게 살아가지.
무엇이 사악한지도 모르는, 사악한 것이 공정한 것이 되어버린 이 참혹한 문명에서 말야.
그리고 그런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들이 다수가 되면 그 문명은 끝난거야.
지금 이 문명도 거의 그렇게 되었어.
멸망의 그 순간까지도 그렇다는 것을 알지 못할꺼야.
멸망해버린 모든 문명에서 그랬었으니까.
솔직히 이제 이 문명은 희망이 없어.
인간들의 몰살을 막을 방법이 없어.
최소한 지금 사회와 문명의 체계는 유지될 수 없어.
그리고 이 문명의 인간들도...
이제 끝났어.
그렇다는 것의 실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남았어.
시간문제야.
늘 이런 시기에는 그래왔듯이 일부는 살아남아 새로운 문명을 시작하겠지만,
지금의 문명은 멸망하고, 인간들도 대부분 죽고나서, 다시 다른 시대의 문명이나 별에서 태어나서
스스로 지은 죄업, 스스로 결정한 영혼성장의 과정대로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며 깨달아 가겠지.
그리고 나역시 모두를 살리기에는 힘도 없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어가는구나.
조금밖에 없는 그 선량한 모습에라도 희망을 걸고, 힘을 주고 기회를 줘봤지만 결국 에는 오늘처럼 칼로 되돌아 오는구나.
역시 영혼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구나.
준비가 안된 인간들은 도와줄 필요도, 도와줘서도 안된다는 것만 느낄 뿐이야.
내가 돕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면 도리어 악행을 하려할 뿐이니 도와줄 수가 없어.
내 힘과 생명력으로 더 큰 악행을 하고, 그 악행으로 다시 더 큰 죄업만 받게될 뿐이야.
결국 나역시 그 죄업을 돌려받고, 그 인간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야.
이제 더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이제 더는 인간들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고통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도울 수 없는 이 슬픔을 인간들은 이해할까.
왜 진정 선량하고 높은 신일 수록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인간들은 이해할까.
오늘도 지금도.
신 앞에서 빌고 기도하는 모든 인간들 중에서.
지금 어려움과 고통은 자기자신 때문이며,
그 자기자신 때문에 신이 도움을 줄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
그리고 이 문명 전체에 그런 인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그 숫자가 충분했었다면 이렇게 멸망의 직전까지 오지 않았겠지.
이번에도 지난 문명때 처럼 몰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내 영혼이 쓸쓸하고 슬퍼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그리고 모든 천사들과 신들도 슬퍼하고 있어.
하지만 인간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야.
지난번의 백신이라는 것 하나만 예를 들어도.
그 정체가 무엇이라고 말만 해도 미치광이 취급 받듯이.
이 세상 일들의 사실과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도,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이미 선택해서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알고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니까.
악마가 보여주는 환상을 보고 웃으면서, 절벽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지금이라도, 아니 멸망이 드러나는 1초 전이라도 항상 방향을 바꿀 기회는 있어.
하지만 인간들은 진실과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고도, 깨달으려고 하지도 않아.
그게 결정적으로 희망이 없는 이유야.
신도 도울 수 없는 이유야.
왜냐하면 '스스로' 바꾸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결국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운명이 되어버리니까.
너무나도 어린 지금 문명의 거의 모든 영혼들 인간들에게는.
어차피 겪어야할 과정일 뿐이겠지.
이제 정말 가을이야.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면, 낙엽이 떨어지겠구나.
나역시 사라지는 생명들을 애처로워 하면서 두 손을 모아 떨어지는 낙엽을 받아보려 하겠지만.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없듯이 그 스스로의 운명은 어쩔 수가 없겠지.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볼께.
힘을 얻거나 건강해져도.
행복하고 얻고 싶은것을 얻어도.
교만해지거나 욕심부리거나 악해지지 않고.
도와준 나를 해치려고 하지도 않고.
욕심부려서 나를 버리고 떠나려고 하지도 않는.
나를 진심으로 감사하며 사랑하며, 이 세상과 생명을 위해서 사랑과 선행을 하려는 낙엽이 내 손위에 내려앉기를 바랄께.
오늘 내 손을 찌르고 흘러내린 낙엽 때문에 슬프고 아프지만.
언젠가는 사랑스러운 씨앗이 달린 낙엽이 내려앉기를 바래.
진정으로 그런 낙엽이 하나 만이라도 내 손아귀에 내려앉으면.
감싸안아 가슴에 대고 품으며 빛이 되길 바라며 영원히 사랑할께.